Travel Dates: Jun.2012

계획없이 그저 걸어보는 파리지앵 바이브

처음 가는 유럽, 처음 가는 프랑스임에도 사전 계획없이 갔다는건,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무모 했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대담한 선택이었다 자부한다. 많은 유럽 여행자들은 근처 나라들을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엄청난 에너지로 최대한 많은 지역을 오고간다. 물론 교통 문화가 그러한 기반으로 다져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경 간 제약이 적은 쉥겐 조약 등은 유럽을 마치 하나의 거대한 국가처럼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주변국가들의 거리 자체가 비교적 짧고, 역사문화적으로도 밀도 높은 지역들이 촘촘히 분포해 있어 하루이틀이면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할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은 어찌보면 체력전을 방불케 하는 여행을 하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자는 마음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보다 효율적인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러한 속도와 양보다는 여유와 깊이를 느끼며 한 지역을 오래 머물며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을 선호한다. 여행을 관광의 개념보다는 휴양의 개념으로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올리버도 다행이 나와 같은 성향이라 정말 다행히라 생각한다.)

심지어 하루에 한두가지 장소 정도를 소화하는 우리의 성향이, 과연 유럽과 잘 맞을까 싶었다. 그런 우리가 파리를 유럽 첫 여행지로 택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출장만 아니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도시, 왠지 조용한 시골 와이너리 쪽이 훨씬 더 우리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파리에서의 시간은 여행자보다는, 잠시 머무는 거주자에 가까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마치 로컬의 일상 틈새에 잠시 발을 디뎌보았다고 할까.

매일 아침 파리 골목을 걷다보면 신선한 빵굽는 향이 시작되는 곳으로 발걸음이 저절로 향하게 된다. 갓 구웠지만 어느 정도 거친 바게트 빵과 마일드 하지만 나에게 딱 맞는 저산미 알롱제가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산책길에 아침마다 들르게 되었던 베이커리에서 적당히 달고, 바삭하지만 촉촉한데 예쁘기까지한 작은 빵을 찾게되었다. 카페 알롱제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주는 완벽한 조식으로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이름은 기억 나지 않지만, 수년이 흐른 이제서 한국의 대부분의 빵집들에 비슷한 모양을 갖춘 빵들을 보게 되었다. 추억도 떠오르고 맛도 떠오르면서 어찌나 반갑던지 즐거운 기분에 입고리가 쓰윽 올라기가도 했다.

파리의 아침 산책길은 분주한 파리지앵들의 담배 냄새와 매우 강력한 향수 냄새가 함께 했다.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마냥 자연스레 골목길을 걷다보면, 왠지 눈길이 가는 웅장한 건축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구글맵을 꺼내보면 역시나 유명한 관광지였다. 사전에 공부하고 갔으면 더 감흥이 달랐을까. 여하튼 우리는 지식 확장의 축이 중심인 관광이 아닌, 그냥 그 곳에 사는 사람처럼, 걷고, 먹고, 자고 그냥 체득하듯 경험하며 지냈던 것 같다.

마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루브르와 튈트리 거리를 자유로이 거닐며 역사와 예술의 중심을 만나게 되는 1구, 오늘은 어떤 오페라 공연이 펼쳐질까를 시작으로 흥얼 거리며 수다와 웃음에 흠뻑 빠져 거닐다 되면 본연의 로컬들 속 일상에 스며든 우리를 발견하게 되는 2구, 빠질 수 없는 에펠탑과 수많은 관광객이 있음에도, 조금만 더 걸어보면 고급 주택가가 많아 왠지 모르게 상반되는 조용함과 고급스러웠던 7구, 쇼핑 욕구를 올려주는 샹젤리제 거리 8구, 이렇듯 파리의 첫 인상은 천천히 걸으며 다양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반면, 파리의 거리는 생각보다 지저분했고, 담배 냄새는 상상 이상으로 짙었고, 가득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라면 분명 눈살이 찌푸려졌을 장면들이었고, 평소 담배 냄새에 익숙하지 않던 나는 꽤나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그 순간은 마치 흑백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신기했던 것은, 모든 프랑스인은 같은 향수를 쓰는 것 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인의 향기는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시절, 우리의 첫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 했던 파리는 저 한 장의 사진이 함축하는 것 같다. 산책길에 들어가던 카페나, 산책길에 향긋하게 맡았던 꽃향기가 파리를 낭만적인 도시로 각인 시켜 줌에는 틀림없다.

Paris Travel
photo by Oliver, 2012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오페라 가르니에와 루브르에 대해 더 잘 알고 갔다면,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식견을 넓혔을 것 같다. 인터넷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2012년이었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럼에도 순수하게 보이는 만큼 오롯이 느낀 프랑스임에 틀림없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파리는 여전히 촉감과 후각,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미각으로 떠오르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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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I share short reflections that capture the feeling of travel and the quiet beauty of everyday life. Though these may be deeply personal, I write and share them as a way of preserving small moments — both fleeting and meaningful. Join me in creating more meaningful mo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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