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Dates: May. 2013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이 모여 내가 되는 여행

어릴 적 해외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또래보다 국내 가족여행을 더 즐긴 기억이 있다. 물론 요즘은 정말 많이 다르다.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의 규모나 다양성에 놀랄 때가 많다. 그렇지만 한국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작 그들 자신은 어린 시절 여행 기억이 거의 없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돌이켜보면, 80년대 한국에서 가족 여행은 꽤 드문 일이었다.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했고, 가족보다는 일과 회사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기였다. 여행 인프라도 잘 갖춰지지 않아서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나의 가족 여행은 진정으로 ‘우리만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놀이공원이나 키즈까페 같은 것은 없었고, 즐길 수 있는 체험도 한정적이었지만, 우리는 그저 함께 시간을 보냈다—이야기하고, 먹고, 자고—서로에게 집중하며. 그렇게 단순한 시간 속에서 소중한 추억들이 쌓여갔다.

아이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어른들로 가득했던 해변. 그곳에서 아빠는 상기된 표정과 들뜬 목소리와 손짓으로 보트형 튜브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얼른 타!” 아빠는 직접 그 튜브를 끌며 장난을 쳐 주셨고, 그 모습은 내 기억 속에 난생 처음 가본 바다의 이미지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유적지를 가게 되면, 유물과 유구앞에 적혀있는 설명판을 읽어보는 것이 다였지만, 서로 신기해하며 궁금즘 많은 표정으로 관찰하며 다녔다. 어른도 아이도 마치 고고학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 때 나눴던 얘기나 얻었던 정보들은 기억에 없지만 아쉽지가 않다. 서로가 순진무구하게 웃고 즐겼던 잔상만 남아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오늘의 나는, 그 시절 아빠의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명확히 알고 있다. 정서적 충만감은 시간과 비용에 대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바다를 떠올리면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해운대 바다를 아빠랑 자주 갔었기 때문도 아니고, 바다에 오랜 시간 있었기 때문도 아니다. 비록 해운대 바다는 단 한번 갔었고, 잠시 그 곳에 있었지만—아마도 20분 남짓. 아빠가 나를 보며 웃음짓던 그 표정과 목소리, 아빠가 보트를 직접 끌며 장난 쳐주시던 그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도 아이도 함께 순진무구했던 그 순간, 짧았던 순간이 내게 평생 남을 정서적 자산이 되었다.

요즘 한국에서 가족여행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짜맞추어져 있고, 그대로 세팅된 곳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하며 잠시나마 편하게 쉴 수 있는 부모들이 있다.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다수의 한국인들의 특징이 사회문화적으로 발달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장소를 여행하고, 여행 체험을 공유하지 않으면 소외되거나 ‘거지 취급’을 당한다는 말도 있다. 슬프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이다.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어쨋든, ‘무엇을 했느냐’ 보다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함께했느냐’에 더 중요한 것임을, 진심어린 교감이 남기는 감정은 어떤 비싼 여행이나 체험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알려 주신 아빠한테 감사하다.
감사해요, 아빠. 저에게 이런 유산을 남겨 주셔서. 이런 따뜻한 가족의 기억과 문화가 올리버에게도 전해져, 우리 가족이 앞으로도 서로를 아끼며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었으면 한다.

여하튼, 올리버와 함께한 우리의 첫 해외여행지는 매우 안전한 싱가폴의 센토사 섬이었다. 안전 제일주의 올리버가 주도했던 여행이었기에 장소는 그러했지만(저 당시 올리버에게 바다는 위험했던 것 같다. ㅎㅎ), 역시나 여행지에서 수영은 빼놓을 수 없는 우리 가족의 액티비티였다.

Sentosa Singapore
photo by Oliver, 2013

이 사진은 센토사 섬의 멋진 호텔에서 즐긴 야간 수영의 한 장면이다. 처음 경험한 싱가포르의 무더운 날씨에 지친 몸을 풀기에는 정말 완벽한 선택이었다. 더위가 한풀 꺾인 밤, 수영장엔 우리 가족뿐이었고, 그 여유로운 분위기는 아직도 자주 화제가 된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 가족이 관광객이 붐비는 시간이나 장소보다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순간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순간을 선물해준 올리버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낀다. 여행의 횟수가 더해지면서, 우리 가족만의 여행 스타일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그런 첫 단추 같은 순간이었다.

가족여행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멋진 숙소나 화려한 일정이 아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웃고, 이야기하고, 바라봐주는 시간—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일상도 그러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라’라는 말이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자유롭지만 안전한’ 가족여행.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어느새 그것이 우리 가족 여행의 기반이 되어 있었다.

2 responses to “The Essence of Family Travel: Memories Over Itineraries”

  1. Darryl B Avatar

    Love this! So well written and descriptive… the part about your dad pulling you around on the raft, and you remembering it all those years later… there was indeed something special about the family vacation… half the fun was getting there, a road trip with the family 😎

    1. Eunjung [Olivia] Yoo Avatar

      Wow, you’re absolutely right! The part you mentioned really is one of my happiest memories. Thank you so much for connecting with my story — it truly means a lot to me. I hope today becomes one of those special days you’ll look back on with a smile. Wishing you a truly wonderful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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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I share short reflections that capture the feeling of travel and the quiet beauty of everyday life. Though these may be deeply personal, I write and share them as a way of preserving small moments — both fleeting and meaningful. Join me in creating more meaningful mo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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